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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속속 드러난 불법 투성 티메프, 관리감독 부실 탓 아닌가

환불·정산 대란의 책임자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나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당사자가 사실상 두 손 든 것이다. 구 대표는 전날 사재를 털어 경영정상화에 나서겠다고 했으나 8시간만에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대금을 못받아 속이 타들어가는 판매자들은 절망상태다. 회생법원이 자금을 동결하면서 대금을 온전히 받기는 어려워졌다. 회생으로 가든 파산으로 가든 피해는 고스란히 판매자 몫이다. 구 대표는 판매대금을 다른 업체 인수자금으로 썼다고 담담하게 밝혔는데 말문이 막힌다.

피해규모는 갈수록 불어나는 모양새다. 5월 미정산금은 2200억원이 넘고 돌아올 6,7월 정산금까지 더하면 1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구 대표는 이 자리에서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최대 800억원이라면서 그마저도 “바로 정산대금으로 쓸 수 없다”고 했다. 돈이 묶여 있거나 실제 갖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불법적 행위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구 대표는 올해 2월 미국 플랫폼 기업 위시 인수에 “티몬과 위메프 자금도 동원했다”고 시인하면서도 바로 상환해 정산 지연사태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판매대금을 쌈짓돈 삼아 무이자로 수천억원을 차입하고 다른 기업 인수에도 투자금으로 썼다는 얘기다. 금융사 ·투자사 처럼 행동한 것이나 다름없다. 티메프 인수 후 재무·개발기능을 박탈하고 부도 위험 속에서도 상품권 판매를 독촉하는 등 기형적 운영 정황도 나오고 있다.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서 이런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횡행한 것이다.

이 지경까지 온 데에는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급변했는데도 법과 제도는 그대로인 탓이 크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산 대금 유용 문제는 미처 생각 못 했다”고 했다. 판매대금 정산 주기가 당사자간 자율사항이지만 70일 후 정산시스템은 누가 봐도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 규제도 엄격한 오프라인 유통에 비하면 허술하기 그지 없다.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법, 여신전문금융법 등 관련법도 제각각이고 관할 부처도 쪼개져 있어 효율적 관리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e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227조원으로 더 커질 게 분명하다. 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

우선 중요한 것은 피해자를 구제하는 일이다. 정부가 피해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3000억원의 대출 프로그램과 2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 정책자금 지원에 나섰지만 충분치 않다. 판매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지원방안을 더 찾고 구 대표와 큐텐 운영의 불법을 끝까지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판매자금을 별도 관리하고 빠른 정산이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 개선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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