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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여행수지 적자 6년만 최대...‘바이 코리아’ 관광정책 절실

올해 상반기 여행수지가 6년만에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쓴 돈이 외국인이 한국에서 쓴 돈의 두 배 가까이 됐다. 게다가 곧 다가월 추석 연휴에도 해외 여행 예약이 밀려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다행히 되찾은 여행업계의 활력이 내수 진작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도록 홍보하는 ‘비지트 코리아’(Visit Korea)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한국 문화의 매력을 극대화해 여행 체험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바이 코리아’ (Buy Korea)에 민관이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은행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6월 여행수지는 64억8000만달러(8조797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2018년(-78억3000만달러) 이후 가장 큰 적자 규모다. 내국인이 외국에서 쓴 여행 지급은 143억2000만달러로, 외국인이 국내에서 지출한 여행 수입 78억4000만달러의 1.83배였다. 우리 국민은 1402만명이 해외로 나갔고 외국인은 770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그 규모는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각각 93.4%와 91.3%로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러나 여행 지급은 89.2% 수준까지 늘어나는 동안, 여행 수입은 75.4%만 회복됐다. 외국인 1인당 한국에서 쓴 돈이 줄어든 것이다.

여행 수지 적자폭 확대는 경상수지 호조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377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억5000만달러와 비교해 대폭 개선됐다. 특히 상품 수지가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상반기 442억7000만달러를 달성했다. 반면 서비스수지는 114억3000만달러 적자였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여행수지였다.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을 팔아서는 많이 남는 장사를 했지만, 여행을 비롯한 서비스 부문에선 크게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얘기다.

소득과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해외여행객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국인의 국내 여행 수요가 함께 증가하지 않는다면 문제다. ‘같은 값이면 차라리 해외로’라는 풍조가 이미 적지 않게 만연돼 있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일부 관광지의 고가 요금과 부실한 서비스가 국내 여행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K콘텐츠가 좋아서 방한한 외국인이 막상 보고 즐길 거리가 없어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은 여행 수지 적자의 핵심적인 원인이다. 우리 대중문화의 세계적 인기가 무르익은 지금이 ‘K관광’으로선 ‘하이 타임’이다. 반짝 특수보다는 지속 가능한 관광·여행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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