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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급과잉, 산업 보조금 그리고 무역갈등 [로버트 도너 - HIC]

‘지나침보다 더 지나친 것은 없다.’

공급 과잉과 저가 수출이 야기하는 국제 무역 갈등은 적어도 1930년대의 대공황 때부터 있었던 국제 관계의 단골손님이다. 철강은 잦은 공급 과잉에 시달린 지 오래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유럽과 일본, 1990년대에는 소련, 2000년 이후에는 중국이 그 진원지였다. 그러나 이것은 철강 산업만 겪는 현상이 아니다.

중국은 최근 태양광 패널, 전기차,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각종 산업에서 공급과잉을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양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그리고 “대규모 정부 지원으로 생산된 원가 이하의 중국산 철강이 세계 시장을 휩쓸며 전 세계와 미국의 여러 산업을 고사시켰다...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게 두지 않겠다”고 주장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중국은 이런 비난에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당국의 변(辯)은 다양하다. 첫째, 공급 과잉은 측정할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으며 둘째, 공급 과잉은 시장 경제의 정상적인 특징이고 셋째, 설령 그것이 정상이 아니라 해도 기후 전환을 위해 세계는 중국의 생산과 저렴한 가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 동부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수출용 자전거 부품 생산 공장에서근로자들이 지난달 15일 자전거 바퀴에 광을 내고 있다. [AFP]

그러나 이런 반응은 솔직하지 않다. 다양한 부문의 공급 과잉은 1990년대 초 섬유산업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 경제의 반복적 특징이며, 2008~2009년 세계 금융 위기를 거친 후에는 규칙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과잉 공급 해결을 위한 장기적 메커니즘 마련”을 주문한 제18차 중국공산당 3차 전체회의, 2013년 10월 나왔던 “심각한 생산과잉 해소를 위한 국무원 지도 의견”, 중국이 “일부 부문의 공급 과잉”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 2023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 보고서 등 공급 과잉 문제를 조준한 공식 정책 발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여느 시장 경제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특히 2008~09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한 이후,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심각한 부동산 부문의 침체와 더불어 순환적 공급 과잉을 여러 번 겪었다.

그러나 반복적 공급 과잉은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원인, 즉 중국의 산업 정책과 그 정책이 실행되는 환경에 기인한다.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우선순위가 될 목표 산업(target industry)을 정하고,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 토지 및 신용 공여, 외국과의 경쟁에 대한 보호 조치 등을 통해 이들 산업을 촉진한다.

중국의 산업 보조금은 막대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의 직접 보조금은 국내총생산(GDP)의 1.7%를 넘어 비율은 한국의 두 배, 달러 총액은 미국의 두 배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중국의 국가 기금, 지방 자금 등 반도체 산업에 들어가는 기타 보조금이 12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수백억달러를 투자해 2023년 생산 능력이 내수의 세 배에 이르렀다. 예정된 신규 공장과 합산하면 2025년에는 이 수치가 6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민간 기업가의 입장에서 이런 목표 산업의 지정은 기회의 문이 열리는 것과 같다. 그 문 뒤에는 산업 진입과 투자에 대한 보조금은 물론이고 명시적으로는 국가의 축복, 묵시적으로는 컴퓨터 게임, 플랫폼 기업, 사교육 서비스 등 다른 비선호 신산업이 겪어야 할 단속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약속이 기다리고 있다.

지방 정부는 중국의 재정 지출과 정책 실행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승진 제도상 중국 관료들은 성 및 지방 정부의 과제를 익혀야 하며, 상당 부분 자신의 재임 기간 중 담당 지역이 얼마나 빨리 발전했는가를 가지고 평가받는다. 따라서 한 번 촉진 대상 부문이 정해지면, 지방 정부는 다른 지역들이 무엇을 하고 있든 해당 부문의 공급 현황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이 어떻든 아랑곳하지 않고, 총력을 기울여 지방 기업과 기업가들을 몰아붙인다.

중국의 생산 능력은 종종 전반적인 제품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급속도로 늘어난다. 하지만 공급 과잉이나 생산 능력의 비효율이 발생하면 아주 더디게 줄어든다. 파산 제도가 잘 발달돼 있지 않고, 대개 고용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관련된 기업이 국영 기업인 경우, 연성예산제약이 있어 단기(혹은 장기) 이익에 대한 관심도 떨어진다.

보다 근본적으로 중국 공산당은 성장의 원천으로서 생산과 투자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으며, 총 수요에 대해서는 관심이 훨씬 적다. 이런 태도는 중국의 국내 생산이 내수를 훨씬 앞질렀던 코로나 팬데믹과 코로나 이후 회복기에 뚜렷이 드러났다. 중국 정부가 ‘신질 생산력(new productive forces)’ 정책과 중국의 세계 제조 허브화에 몰두한 것이다. 염가라고 해도 수출이 과잉 생산과 낮은 설비가동률의 돌파구가 된 것이다.

각종 새로운 산업에서 중국의 생산과 수출이 급성장하자 선진국 내의 같은 산업에서 볼멘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도 당연하다. 영향을 받는 쪽에서는 중국이 자국 산업에 불공정한 보조금 지급을 하며 자국의 과잉 공급 문제는 제품 염가 판매로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것이 다시 수입국의 파산, 기업 퇴출, 생산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 입장에서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태양광 패널이다. 중국 생산업체들이 태양광 패널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지나치게 싼 가격에 판매하는 바람에 패널이 울타리로 활용되고 있는 지경이다.

서양 정책 입안자들이 근본적으로 걱정하는 부분은 지금 중국이 겨냥하고 있는 산업이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제조, 바이오 의약품 등 현재 기술 발달이 빠르기 진행 중인 부문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런 산업에서는 생산량과 경험이 축적되면서 비용이 급락하고, 특히 초기 손실을 정부 보조금으로 메우는 경우, 일찍 투자해 빨리 성장하는 기업이 선점우위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된다. 이런 부문 중 상당수가 지금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서방 국가들은 이런 새로운 산업에서 중국의 정책이 우세한 지위를 ‘매수’하도록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서양 역시 전기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자체적인 산업 보조금 및 국내 시장 보호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비난은 솔직하지 못하다는 중국 측 논객들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중국의 보조금이 더 일찍, 막대한 규모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힘을 잃는다.

중국 동부 안후이성 푸양에 있는 한 전자회사 공장의 차단기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지난달 30일 작업을 하고 있다. [AFP]

아이러니하고, 궁극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중국 기업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기후변화 대처의 핵심이 될 산업, 즉 태양, 풍력 발전, 전기차에서 탁월한 기술과 비용 절감을 일궈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을 견인하고 뒷받침한 보조금 지급과 지원책은 중국의 성과에 만회할 수 없는 오점을 남길 것이다.

각국이 저마다 자국 경제에서 산업 정책 등의 개입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 이때, 국제 무역의 흐름이 앞으로도 오로지 시장 요인에 의해 작동할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국내 생산업체들(그리고 그들이 고용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국내 무역 정책에 불균형적으로 큰 힘을 발휘한다는 점은 적어도 중국 정부에는 분명 놀랍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 안타까운 점은 우리도 이미 이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1980년대에 일본 수출품에 대한 수출자율규제라는 예고편을 본 적이 있다. 관세, 수출장려금 상계관세 그리고 반덤핑관세는 국제 무역에 대한 직접적인 양적 제한조치로 대체될 것이다. 규정 수량이 영(0)이 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다. 정부와 정치 후보자들은 이미 수입 금지 차원에서 관세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국가 안보와 인권 제재를 이유로 한 수출 혹은 수입 금지조치가 경제적 우려와 겹치는 일도 차츰 많아질 것이다.

탈세계화가 거론되고 있지만, 무역의 상호 연결성은 지난 10년간 대체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만일 경제 블록 간의 노골적인 금지 혹은 양적 제한조치가 세계적으로 확산한다면 이 상태는 한순간에 변하게 될 것이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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