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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매트 부실 설치·사다리차도 없어…소방 부실대응, 화 키웠나
에어매트 향해 뛰어내린 남녀 모두 사망… “설치 제대로 안돼” 증언
“사다리차, 화재 현장 투입 안돼… 인근 대로변에 줄곧 서있다 철수”
소방관들 움직임도 ‘답답’… 현장도착 한 시간여 뒤에야 첫 구조자
23일 부천시 원미구 소재 9층짜리 호텔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현장. 이용경 기자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22일 저녁 부천시 원미구 소재 9층 호텔에서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는 큰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화재를 목격한 시민들은 소방의 초기 화재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에어매트가 제 때 펴지지 않아 일부 투숙객은 맨바닥으로 떨어졌고, 고층 화재 인명 구조용으로 사용되는 사다리차 역시 출동은 했으나 구조에는 쓰이지 않았다는 게 목격자들의 설명이다. 당시 지상에선 살수차 2대에만 의지해 신속한 화재 진압이 안됐고, 이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23일 오전 0시45분 화재 현장에서 실시한 현장 브리핑에서 ‘에어매트 부실설치 논란’에 대해 “최초에는 정상적으로 펴져 있었다. 그런데 요구조자분께서 밑으로 뛰어내리면서 그것(에어매트)이 뒤집힌 것으로 현재 파악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매트를 겨냥해 떨어진 투숙객 2명은 그러나 모두 사망했다. 소방측 설명과 달리 목격자들은 처음 에어매트 위로 사람이 떨어졌을 때에도 에어매트가 완벽히 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22일 부천시 호텔 화재 현장에 설치됐던 에어매트. 에어매트를 향해 뛰어내린 남녀는 끝내 숨을 거뒀다. 위아래가 뒤집힌 에어매트는 화재 진압이 끝날 때까지도 위아래가 뒤집힌 채 놓여 있었다. [독자제공]

이날 오후 8시께부터 화재 현장을 지켜봤다는 30대 여성 이모 씨는 “같은 방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이는 여성과 남성이 차례로 창문에서 에어매트 위로 떨어졌다. 여성이 에어매트로 떨어질 때는 남성이 뒤에서 살짝 밀며 도와주는 모습도 보였다”며 “그런데 여성이 떨어질 때 에어매트는 완전히 공기 주입이 덜 된 상태여서 떨어지자마자 매트가 V자 형태로 꺾여 뒤집혀 버렸고, 매트가 뒤집힌 상태에서 남성은 시간 차 없이 뛰어내려 매트 위가 아닌 맨바닥으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목격자는 “남성이 바닥에 떨어질 때는 굉장히 큰 소리가 났다”며 “당시 남성분이 소방에서 에어매트를 펴기 전부터 ‘살려달라’는 얘기를 진짜 많이 하셨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에어매트 위로 떨어지려 했던 남녀는 결국 모두 숨진 것으로 소방 당국은 확인했다.

‘뒤집힌 에어매트’는 화재 진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도 그대로 뒤집힌 채 현장에 놓여 있었다. 에어매트를 사용해서 인명을 구조할 가능성이 없는 화재 현장이라는 판단 때문에 에어매트가 뒤집힌 채로 화재 진압이 완료될 때까지 놓여져 있었을 개연성은 열려 있다.

23일 부천시 원미구 소재 9층짜리 호텔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현장. 이용경 기자

고층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인명 구조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사다리차 역시 화재 현장에는 투입되지 않았다는 목격담이 속출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 진압 현장에 지휘차와 펌프차 등 차량 70여대가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화제 진압을 위해 호텔 앞에 투입된 차량은 살수차 2대가 전부였다는 증언이다. 현장 목격자는 “사다리차가 화재 진압 현장에 투입되지 않은 게 아쉬웠다”며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사거리 맞은 편 큰 길에 계속 주차돼 있었는데, 호텔 앞 도로 양옆 갓길에 6대 정도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서 그랬는지 규모가 큰 사다리차가 아예 들어가질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주차된 차량을 다 뺐을 때도 사다리차가 왜 안 들어간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의 대응이 너무 느렸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최초 119에 화재 신고가 들어온 것은 지난 22일 오후 7시39분께였고, 소방 선착대는 4분 뒤인 오후 7시43분께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목격자들은 그러나 화재 초기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이 신속치 못한 것으로 보였다고 증언했다. 한 목격자는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한 뒤 30여분 넘게 아무런 진압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며 “저 안에 사람들이 있을텐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방관들을 보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 증언에 따르면 소방관들이 처음으로 사람을 구해 나온 시점은 화재 신고가 이뤄진 지 한시간여가 지난 8시 50분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소방관들은 사망 피해자들이 많이 발견된 8층과 9층까지 걸어서 올라갔으며, 실내에 자욱한 연기를 제거키 위해 비상계단 유리창문을 깨면서 올라가는 모습이 현장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22일 오후 11시 부천시 원미구 소재 9층짜리 호텔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현장. 이용경 기자

이번 화재는 이날 오후 7시39분께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투숙객 등 7명이 숨졌으며 중상 3명을 비롯한 부상자 11명은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상자 19명 중 남성은 9명, 여성은 10명으로 조사됐다. 불이 난 호텔 건물에는 모두 64개 객실이 있었고 화재 당시 총 27명이 투숙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불길은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내부에 유독가스가 가득 차면서 투숙객들이 질식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사상자 대부분은 발화지점에서 가까운 호텔 8∼9층 객실 내부와 계단·복도 등지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003년도에 완공된 이 호텔 건물은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 당국은 유관 기관과 합동 조사를 통해 화재 원인에 대한 정밀 감식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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