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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 美 피벗 목전 3000조 빚...혼란 부추기는 정부·당국

미국 금리인하가 한층 더 가시권에 들어왔다. 내수진작이 시급한 우리로서도 전 세계적인 금리인하 추세에 발맞춰야 하는데 집값과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 나랏빚과 가계빚을 합쳐 사상처음으로 3000조원이 넘어섰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은 오락가락하며 국민 우려와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마치 보행자신호가 빨간색인지 파란색인지, 교차로 신호가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형국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3일(현지시간)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며 “방향은 분명하며 인하 시기와 속도는 데이터, 변화하는 경제 전망, 위험 균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빅컷(0.50%포인트 인하)’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금리인하 신호다. 반면 지난 22일 기준금리(연 3.50%)를 동결한 한국은행은 운신폭이 더 좁아졌다. ‘선제적 금리인하’는커녕 글로벌 피벗 추세를 뒤따라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부동산대책과 대출규제에도 수도권 중심의 집값 상승세와 가계빚 증가세가 꺾일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5일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중앙정부 채무와 가계신용은 총 3042조원이다. 7~8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역대 최고가의 평균 90%까지 올랐다. 주요 은행의 7~8월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폭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금융당국 대책은 ‘뒷북’, 메시지는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집값과 가계빚을 주요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는데 대통령실은 고위 관계자 발언을 통해 “내수진작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올 상반기까지도 정책금융 확대, 대출규제 완화 및 유예 등을 해왔던 정부는 최근 금융당국과 함께 ‘가계부채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시중 은행은 당국 압박에 주담대금리를 줄줄이 인상했는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방송인터뷰에서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향후 더 강력한 시장개입을 시사했다. 신성환 한은 금통위원은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역대 어느 때보다 ‘건전재정’을 강조했지만 국가채무는 빠르게 늘고 있다. 내수진작을 위한 재정정책 여력이 적다는 얘기다. 금리를 두고서도 당국자 사이에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거듭된다. 이런 때일수록 금융자산과 유동성이 풍부한 계층만 유리하다. 내수진작과 집값 안정, 가계빚 관리를 동시에 이뤄야 하는데 이러다간 서민만 잡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정책과 신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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