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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의 ‘체감경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

한국은행의 6일 발표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 흑자가 91억3000만달러로 동월 기준 2015년(93억7000만달러) 이후 9년만에 가장 컸다.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이 10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간 덕분이다. 그런데 전날 발표한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직전분기 대비 1.4% 감소했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0.2%였다. 가계 여윳돈인 가구 흑자액은 지난 2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으로 줄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정부는 “안정세”라고 평가했으나 정작 추석 장바구니를 든 국민은 뭐 하나 집어들기가 겁난다. 주요 과일과 채소값이 1년 전에 비해 20~30% 이상 뛰었다. 그러니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데 국민에겐 ‘먼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게 정부의 할 일이다.

한은의 분석과 제언을 참고할 만하다. 5일 한은 블로그에 올라온 ‘경제 지표의 그늘, 체감되지 않는 숫자’에 따르면 수출-내수 간 불균형이 지표 개선에도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이는 수출 업종이 반도체, 정보기술(IT) 기기 등 자본 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고용 및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아울러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분야의 투자가 점점 더 해외로 쏠리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물가 지표도 국민 체감과 거리가 있다. 필수소비재 물가 상승은 의식주 소비의 비중이 높은 서민과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또 고금리가 자영업자와 30~40대 가구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집값 상승 뿐 아니라 수도권-비수도권, 고가-저가 아파트 간 격차 확대도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다. 이러한 추세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이 강화된 이후에도 확인된다. 5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격 상승폭은 3주 연속 둔화했지만 서울 상위 20% 가격(25억7759만원)을 하위 20%(4억8873만원)로 나눈 5분위 배율은 5.27로 2008년 12월 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수출입 동향과 물가·금리, 주택가격은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만, 무역·내수간 불균형과 불합리한 유통구조로 인한 생활물가의 과잉 상승, 지역·고저가 주택간 가격차 확대, 자산 불평등에 따른 박탈감 등은 구조적 문제와 관련성이 높다. 한은의 제언처럼 단기적인 경기 대응책과 함께 정부가 구조개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수출·내수 동시 발전을 위한 균형적 지원 정책, 농축수산물 유통구조 개혁 및 효율화, 지역·계층간 불평등 개선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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