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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체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횡령·배임 피할 수 없을 것”
후원물품 공식 절차없이 임의로 배부
그 과정에서 실지급액과 차이가 생겨
신발까지 후원사 물품 사용 규정 문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발표 하는 이정우 체육국장.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의 횡령·배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이같은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국장은 “회장과 협회 사무처가 주도해 후원사로부터 1억4000만원 상당의 후원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을 체결했고, 공문 등 공식 절차 없이 임의로 이를 배부했다”며 “실지급액을 비롯해 지역별 배분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가 김 협회장의 횡령과 배임 가능성을 거론한 이유다.

지난달 5일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의 폭로로 문체부는 협회의 부상 관리나 스폰서십 계약 방식, 선수 연봉 체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다.

문체부는 국제 대회 일정을 고려해 국가대표 선수단 48명 중 현재까지 22명의 의견을 청취했다.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협회는 유니폼 뿐만 아니라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까지 후원사의 용품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국내 올림픽·아시안 게임 44개 종목 중 배드민턴처럼 경기력에 직결되는 용품 사용을 선수들에게 예외 없이 강제하는 경우는 복싱이 유일했다.

협회는 지난 2021년 6월 연간 361만달러에 달하는 후원금의 20%(72만 달러)를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배분하는 규정을 삭제했다. 이 국장은 “협회는 조항 삭제 전 당사자인 국가대표 선수단의 의견을 전혀 청취하지 않았다”며 “대다수 선수단이 문체부의 의견 청취 과정에서 이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단은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달성했을 경우 받게 되는 보너스 지원 체계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가대표 선발 방식의 공정성 문제도 확인됐다. 배드민턴 단식은 선수의 경기력 100%로 선발하고 있는 반면, 복식은 경기력 70%과 평가 위원의 평가 점수가 30%다. 주관적 평가는 과거 50%였으나 2021년 공정성 논란으로 인해 10%로 축소됐다 올해 2월 30%로 확대됐다.

심지어 복식조를 선정할 때는 각 선수의 역량에 따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추첨’을 통해 해 선수들 사이에선 ‘복식조는 실력보다 운이 크게 작용한다’고 인식이 있기도 했다.

이 국장은 “국내 올림픽·아시안 게임 44개 종목 중 복식 또는 2인 경기가 있는 12개 종목을 조사한 결과 11개 종목은 경기력만으로 선발됐다”며 “국가대표 선수단의 추가 의견을 청취하고 청소년·후보 선수, 지도자,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해 대안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나머지 선수단의 의견도 수렴해 9월 말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안세영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여자 단식 종목에서 금맥을 캐며 한국 배드민턴의 도약을 알렸다. 하지만 금메달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 안세영은 그동안 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참아왔던 작심 발언을 내놓아 충격을 안겼다. 협회의 안일한 선수 부상 관리와 더불어 무리한 대회 참가 지시, 트레이너 채용, 단식과 복식 훈련 방식, 체력 운동 프로그램 등을 지적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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