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부를 만큼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노래인 ‘독도는 우리 땅’은 중독성과 대중성에서 어느 노래보다 크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노랫말을 한차례 수정해야 하는 고초를 겪었다. 원인은 기후변화에 있다. 1982년 발매될 당시 독도의 평균기온은 12도, 강수량은 1300㎜이었으나, 불과 30년 만에 평균기온 13도, 강수량은 1800㎜가 됐고 결국 가사가 바뀌었다. 이는 기후변화의 진행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보여준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2023년은 1850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고, 극한홍수와 가뭄이 지구촌 곳곳에서 빈발했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올해 장마는 이미 과거 평균 강우량과 극한 호우 기준을 초과했다. 특히 전북 군산 및 익산에서는 시간당 146mm로 기상관측 사상 최고 강우량을 갱신했고 500년 빈도 이상의 호우도 발생했다.
빈번한 폭우와 예측 불가한 기후 패턴은 일상이 됐다. 문제는 현재 물관리 시스템이 지난 산업화 시대를 기준으로 구축됐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의 조건을 반영해 홍수관리를 포함한 물관리 전략을 재구성하고 다가올 100년을 대비해야 한다.
다행히도 정부는 최근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를 통해 댐 설계기준 등 관련 규정에 미래 기후변화 요인을 반영하도록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극한홍수로부터 안전한 미래 100년의 물관리를 위해 전문가로서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극한홍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가정책과 설계기준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댐 설계기준과 댐관리 기본계획 및 세부 시행 계획에 반영하고, 극한기후에 따른 잠재적 위험성을 평가하는 등 맞춤형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둘째 댐 방류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하천 체질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현재 다목적댐은 기상수문학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강우로 인한 홍수도 조절할 수 있으나, 댐 직하류 하천은 낮은 빈도의 홍수량 설계로 홍수방어에 취약하다. 이러한 불일치를 해소해야 근본적으로 상습 홍수피해를 예방하는 길이 열린다. 나아가 제반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지역 발전이 명백한 경우라면 추가 댐 건설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수자원 인프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장기적 예산투자계획 수립이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용수댐은 재정 여건이 열악하고, 전문인력이 부족해 홍수 시 비상 방류 등의 신속 대응이 어렵다. 이런 한계는 사고 발생 시 큰 피해로 이어지며, 지역주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구체적인 플랜을 세우고 국가기관이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수자원 시설물을 개선해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 한다. ‘독도는 우리 땅’ 노랫말이 또다시 바뀔까 걱정이다. 극한홍수와 가뭄은 우리의 현실이자 미래를 위한 경고다. 미래 100년을 위해 기후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 산업화 시대에 최적화된 물관리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이는 기반시설 전반을 재개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기후변화에 맞설 때 가능하다. 최신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 홍수관리시스템 구축과 인프라 개선으로 미래 세대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세상을 물려주자.
이상호 부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겸 한국수자원학회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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