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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록버스터’ VS ‘막장 드라마’…양대 발레단이 올 가을 선택한 그 작품 [‘라 바야데르’ 대전]
유니버설발레단 27~29일 공연
국립발레단도 10월 30일~11월 3일
마린스키 발레단 선후배도 무대서 맞대결
유니버설 발레단 ‘라 바야데르’ [유니버설 발레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국내 양대 발레단의 ‘가을 대전’이 시작됐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 발레단이 한 달 간격으로 무대에 올리며 대결이 성사된 작품은 ‘라 바야데르’. 120~150명의 무용수들이 압도적 기량을 펼쳐낼 이번 무대는 양대 발레단 모두 각별히 힘을 줬다. 특히 유니버설 발레단은 창단 40주년을 맞아 심혈을 기울였다.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한다. 이 무대는 네 남녀의 뒤엉킨 사각 관계를 몸의 언어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무희 니키야(국립발레단 버전에선 ‘니키아’), 사랑과 권력 사이에서 고뇌하는 전사 솔로르, 솔로르의 야망에 날개를 달아줄 공주 감자티, 그리고 니키야를 남몰래 흠모하는 승려 브라민(국립발레단 버전 ‘브라만’)의 얽히고 설킨 사랑과 욕망의 이야기다.

무대는 유니버설 발레단을 통해 더 빨리 만날 수 있다. 유니버설 발레단이 오는 27~29일, 국립발레단은 10월 30일~11월 3일까지 각각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관객과 만난다.

마린스키 버전의 ‘블록버스터’ VS 볼쇼이 버전의 ‘격정 드라마’

양대 발레단이 선택한 ‘라 바야데르’는 같지만 다르다.

선공에 나선 유니버설 발레단은 프랑스 출신의 발레 거장 마리우스 프티파 원작(1877년)을 가져왔다. 국내 초연은 1999년. 유니버설 발레단의 5대 예술감독인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진두지휘하며 마린스키 발레단 버전의 ‘라 바야데르’를 완성했다. 올레그 비노그라도프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황금기를 만든 명장이다. 발레단에선 무려 6년 만에 이 작품을 선보인다.

유니버설 발레단 관계자는 “초연 당시 마린스키 발레단의 연출가 나탈리아 스피치나와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무대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마리아나 젠첸코가 직접 참여해 정통 마린스키 발레단 버전을 계승했다”고 귀띔했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화려한 스케일’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발레’라는 특징이 있다. 특히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식 장면은 압권이다. 초연 당시에도 한국 발레 사상 최대 제작비인 8억원을 투입, 150명의 무용수와 400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유니버설 발레단 ‘라 바야데르’ [유니버설 발레단 제공]

2막의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식 장면에서 높이 2m, 무게 200㎏, 코 길이 1m에 달하는 대형 코끼리가 나온다. 유니버설 발레단 관계자는 “지난 6년간 잘 보관하고 있던 코끼리의 보수 작업을 거쳐 이번 무대에서 다시 선보이게 됐다”며 “화려한 비주얼이 단연 최고의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국립발레단은 볼쇼이발레단을 세계 최정상 무대로 이끈 발레 거장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을 올린다.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라 바야데르’는 마리우스 프티파 버전을 볼쇼이발레단을 위해 재해석했다. 국립발레단 버전은 볼쇼이발레단과도 차별화된 버전으로 선보인다. 2013년 초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난다.

사실 ‘라 바야데르’는 원체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인 만큼 국립발레단 버전 역시 화려한 규모와 무대는 밀리지 않는다. 120명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200벌의 의상이 무대에서 쉴 새 없이 교체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국립발레단이 무대의 ‘화려함’보다 강조하는 것은 압도적 감정선의 ‘막장 드라마’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솔로르와 니키아가 나누는 감정선과 드라마가 강조돼 있다”며 “각 배역이 가진 개개인의 감정 변화, 사랑과 배신, 질투 등이 돋보이는 사각구도의 격정적 드라마의 정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장면은 니키타를 흠모하는 브라만의 감정이다. 이 안에선 “인간의 희노애락과 사랑을 향한 갈망과 질투를 모두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국립발레단 제공]

안무 버전은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두 작품은 모두 3막 ‘망령들의 왕국’을 통해 30여명의 무용수와 함께 ‘백색 발레’(발레 블랑)의 정수를 뽑아낸다. 새하얀 튀튀와 스카프를 두른 무용수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고난도 테크닉의 군무는 ‘백조의 호수’의 ‘밤의 호숫가’, ‘지젤’의 ‘윌리들의 숲’과 함께 3대 ‘발레 블랑’으로 꼽힌다. 2막에서 나오는 결혼 축하연 장면에서는 인도 무희들의 부채춤, 물동이춤, 앵무새춤, 전사들의 북춤 등 화려한 춤을 만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결말’이다. 감자티의 계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니키야. 이후 두 발레단의 작품은 다른 길을 걷는다. 유니버설 발레단 버전에선 솔로르와 니키야가 망령들의 왕국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숭고한 끝을 맞는다. 해석에 따라 ‘해피엔딩’으로 볼 수 있는 결말이다. 반면 국립발레단 작품에선 연인을 잃은 솔로르가 망령의 세계에서 절망과 자괴감에 빠져 슬픔에 젖어 마무리된다.

업계 관계자는 “마린스키 스타일의 ‘라 바야데르’가 세련되고 정교하며 화려함을 추구한다면 볼쇼이 스타일은 강력한 힘과 웅장함, 민족적인 색채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 바야데르’ 대전에 참전한 마린스키 발레단 선후배인 김기민(왼쪽)과 전민철.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캐스팅 전쟁’ 마린스키 선후배 김기민 vs 전민철…‘파리의 별’ 박세은

‘라 바야데르’ 대전의 또 다른 볼거리는 ‘캐스팅 전쟁’이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작품을 하다 보니 양대 발레단이 캐스팅에 여간 신경을 쓴 게 아니다. 덕분에 무대를 꾸밀 무용수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특히 두 작품을 통해 ‘마린스키 발레단’의 선후배가 될 김기민과 전민철의 맞대결도 성사됐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지난해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이자 발레단의 간판인 강미선을 필두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와 이동탁, 홍향기-이현준, 이유림-전민철을 캐스팅했다.

특히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 예정인 전민철(객원)은 이번 무대를 통해 생애 첫 전막 발레 무대에 서게 됐다. 전민철은 유니버설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이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전 과감하게 발탁했다. 전민철은 이제 막 20세로 남자 무용수로서 최고 기량을 보이고 있는 시기인 만큼 업계의 기대가 남다르다.

유니버설 발레단 관계자는 “세 시간 가까이 되는 전막 무대를 학생 시절 주역으로 끌고가는 기회를 얻는 일은 쉽지 않다”며 “전막 작품을 통해 경험을 쌓아 세계 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재능있는 무용수를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유니버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에서 호흡을 맞춘 김기민 박세은 [유니버설 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은 자타공인 ‘스타 무용수’의 캐스팅에 성공했다.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수석무용수 박세은과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이다.

앞서 박세은과 김기민은 지난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당시 유니버설 발레단 ‘라 바야데르’ 공연을 통해 첫 주역을 맡아 전막 발레에 데뷔, 현재의 자리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적인 무용수로 성장한 두 사람이 커플로 호흡을 맞추는 것은 무려 15년 만이다. 뿐만 아니라 박세은이 한국에서 전막 공연 무대에 서는 것은 파리오페라발레에서 동양인 최초로 에투알이 된 이후 처음이다.

양대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주역 중 최연소인 전민철은 “김기민 무용수는 이 역할로 이미 높은 평가를 받은 만큼 완벽한 솔로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와 달리 나는 지금 내 나이 또래가 표현할 수 있는 솔로르를 최대한으로 노력해 펼쳐보이겠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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