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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찾아온 노찾사, 1989년 공연장 근처에서 백골단에게 무차별 폭행 당한 이야기[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내 나이 벌써 60이다. 1984년 겨울 지도휴학(시위 가담 전력자에 대한 강제성 권고 휴학)을 당해, 고향에서 몇 달 알바하다가, 27개월의 군 복무를 마친 뒤 복학해서는 언론사 입사 공부에 매진했다.

복학생 4학년 때인 1989년 가을 연세대에서 있었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 공연 만큼은 그래도 봐야겠다 싶어, 잠시 책을 덮고 연세대와 신촌국철역을 잇는 굴다리를 지나고 있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공연실황 유튜브 캡쳐]
노래를 찾는 사람들 [공연실황 유튜브 캡쳐]

지금 32년째 함께 살고 있는 아내도 당시 노찾사 공연을 보기 위해 동행했고, 굴다리를 벗어날 무렵, 한 무리의 사복경찰이 우리에게 접근했다.

그들 중엔 헬멧을 쓴 자도 있었고 안 쓴 자도 있었는데, 어디를 가냐고 묻기에, 내가 몇 걸음 앞서 나가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연대 공연을 보러 간다”고 말했더니, 다짜고짜 “따라와!”라며 내 팔을 끌었다. 나는 뒤돌아보면서 내 후배이자 지금의 아내에게, 당시 이대 후문쪽에 즐비했던 안동찜닭 골목 위로 가라고 소리친 뒤 그들의 불법 연행에 질질 끌려갔다.

폭력경찰들은 대로인 성산로와 이면도로인 신촌역로 분기점 V자 블록 뒷편 광장약국 앞에 있던 파출소로 나를 끌고 가더니 “안경 벗어 이 XX야”라고 윽박지른 후엔, 아무 말 없이 나를 수십차례 폭행했다. 몇몇 학생들은 이 파출소 지하실에서 얻어맞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좁은 파출소 1층과 지하에는 족히 30여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명백한 불법이다”말을 하면 “범죄자 XX가 말이 많다”며 또 여러차례 폭행했다. 20여분이 지나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백골단은 나와 학생들을 경찰버스(닭장차)에 태운 뒤 “머리 숙여 개XX들아”라면서 민중의 지팡이로 선량한 학생들의 등과 목을 후려쳤다. 노찾사 공연이 있던 날, 수많은 학생들이 연세대 주변을 걷는다는 이유만으로 연행돼 폭행당했다. 그때는 하나회 소속 전두환에 이어 동기인 노태우가 집권하던 시절이었다.

노찾사 공연 포스터

신촌에 있다가 남부경찰서(지금의 금천경찰서)로 끌려가 수없이 많은 조서를 썼지만, 내가 쓸 수 있는 내용은 ‘애인과 노찾사 공연 보러 가던 길’이라는 사실 외엔 없었다. 당시 나를 범죄자로 엮으려는 수많은 유도신문에 “예”라고 대답했다면, 요즘 드라마 ‘백설공주의 죽음’ 처럼 누명을 썼을 수도 있겠다.

군 입대전 시위가담땐 보증인이 와야 집에 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보증인 없이도 자정 무렵 풀어주었다. “이게 나라냐?”을 되뇌이면서도, ‘노찾사’ 공연을 보지 못한 미련은 60이 될 때까지 남아있었다.

잠시 그들을 잊었나 싶었는데,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노찾사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요즘식의 크라우드 펀딩에도 성공해 그 어떤 훼방꾼, 방해물 없이 훨훨 훨훨 아름다운 선율과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됐다는 선물같은 소식도 더해졌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노래를 찾는사람들(이하 노찾사)'이 40주년을 맞아 특별 LP 발매와 기념 콘서트 준비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 포크음악의 거장 정태춘이 합류한다는 소식과 함께, 크라우드 펀딩의 놀라운 성과가 알려지며 팬들의 기대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정태춘

정태춘이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는 노찾사 40주년 기념 콘서트는 대학생이던 기자가 노찾사 공연 보러 간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상 없이 폭력 경찰에게 수십대를 얻어맞았던 곳,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오는 11월 2일과 3일 열린다.

노찾사의 특별 LP '노래를 찾는 사람들 1.5 - 1988~89 미발표곡 모음집'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대성공을 거뒀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는 목표액의 380%를 달성했다. 총 157명의 후원자가 참여해 1903만원이 모였다고 한다.

노찾사의 한동헌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찾사에 대한 대중의 변함없는 사랑과 그들의 잃어버린 음악에 대한 갈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40년 전 우리가 꿈꾸었던 세상과 지금의 현실을 비교하며,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살아갈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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