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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과 운전’ 고령화 사회, ‘면허 반납’이 유일한 해답일까?[추적 60분]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1TV '추적 60분'이 4일 밤 10시 '노인과 운전'편을 방송한다.

최근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불안감이 늘고 있다. 특히 고령 운전자의 차량 돌진 사고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지난 7월 1일에 있었던 '시청역 역주행 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는 68세의 고령이었다. 8월 광주에서도 70대 운전자의 트럭이 상가로 돌진했는가 하면 9월에는 70대 운전자의 차량이 부산 해운대 어린이 구역 인도를 덮쳐 2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한편, 사고를 낸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점 자체보다는 왜 그런 사고가 났는지, 그리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겪는 현실을 넓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운전이 생계와 직결되거나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들이 면허 반납을 꺼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추적 60분'은 고령 운전과 관련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국내외 기관 취재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고령화 사회가 좀 더 안전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봤다.

-고령 운전자의 잇따른 차량 돌진 사고, 그 진실은?

지난 8월 김윤병 씨가 막냇동생의 묘를 찾았다. 동생 인병 씨는 올해 7월 1일,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인도로 돌진한 68세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숨을 거뒀다. 시청 공무원이었던 동생은 회식 후 야근을 위해 회사로 돌아가던 중 참변을 당했다. 김윤병 씨는 아직도 동생의 죽음을 믿을 수가 없다.

68세의 가해 차량 운전자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듣지 않았다”라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고 발생일 한 달 후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운전 미숙’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전문가와 함께 운전자 시점에서 당시 사고 정황을 재구성해 현장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사고 차량 기록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원인과 깊은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증거를 최초로 공개했다. 제동 장치 응답을 측정하는 다양한 실험과 현장 증거 분석을 통해 운전자의 행동을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춘천의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3명이 시속 97km로 돌진하는 82세 남성의 차량에 치여 현장에서 숨졌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보행자 신호가 켜진 후 횡단보도를 건너다 생긴 일이었다.

춘천경찰서 교통조사팀이 분석한 사고 차량 기록에 따르면, 가해 차량은 사고 전 5초간 제동 페달을 밟은 흔적이 전무했다. 1심 당시 80대의 가해 운전자는 “보행자와 신호를 전혀 보지 못했다”라고 주장하며 고령을 사유로 감형을 호소했다.

피해자 유족 박천호 씨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고령을 이유로 선처를 호소할 게 아니라 고령이면 더 자신의 신체 상태와 안전 운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말했다.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노인들

85세 김유광 씨는 자식들의 안전 걱정에도 아직 운전면허를 반납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나이 드니까 이제 아이들이 말려, 운전 그만두라고. (자식들한테) 너희들이 택시비 주냐? 이러지. 너희 엄마 아프지, 또 주사 맞으러 병원도 가야지. 누구 보고 가자고 하겠냐, 대신 운전해 줄 사람도 없는데"-김유광 (85세) / 운전 경력 20년 농민-

85세 김유광 씨가 거주하는 전남 진도군 남선마을, 이곳 주민의 51%가 65세 이상이다. 마트와 병원 모두 수 km가량 떨어진 읍내에 있어 이동 수단이 필요하지만, 그의 집 앞에서 읍내로 가는 버스는 하루 대여섯 편뿐이다.

김범호 이장은 매일 같이 주민들을 자신의 트럭에 태우고 마을과 읍내를 왕복하며 이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고령 인구 운전면허 반납 촉진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시골 지역 노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반드시 고려한다고 말했다.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이들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 10명 중 1명, 택시 운전사의 45%가 65세 이상 노인인 게 현실이다. 만 65세 이상 택시, 화물차, 버스, 택시, 운전사는 연령에 따라 1년에서 3년마다 자격 유지검사를 받는 것이 의무다. 시험장에서 만난 한 운수종사자는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현 검사 방식이 고령화 사회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결책은 고령 운전자의 자진 면허 반납뿐?

2019년 4월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나이 87세 운전자가 시속 약 100km의 속도로 횡단보도 위 시민들을 덮쳤고, 마츠나가 씨는 이 사고로 30대 초반 아내와 3살짜리 딸을 잃었다.

사고 이후, 일본은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섰다. 2022년 5월 개정 도로교통법을 시행하였는데, 과거 3년간 일정 항목에서 위반 이력 있는 75세 이상 운전자는 면허 갱신 시 운전 기능검사를 의무로 받도록 했다. 여기에는 페달 조작 능력을 평가하는 ‘단차 오르기’ 항목도 추가 됐다.

제작진은 일본이 규제 강화뿐만 아니라 기술적, 제도적 개선을 통해 고령 운전 문제에 대응하는 현장들을 취재했다. 정부가 기업들과 협력해 충돌 감지 센서나 급발진 억제 장치가 장착된 ‘서포트카’ 도입을 적극 추진하면서, 교통사고 건수가 감소했다는 통계도 제시되었다.

전문가는 이와같이 제도의 개선과 기술적 지원을 포함한 전 사회적인 노력이 함께 맞물려 갈 때, 고령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노인이 사고가 났다고 하면, 왜 사고가 났을까가 중요한 것이고요. (고령자들이) 운전을 할 수 있도록 제도 및 장치 보조 같은 기술적인 부분이 논의돼야지, 고령 운전은 위험하다고만 얘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연세대학교 노년내과 김광준 교수-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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