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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흘간 53만 부…폭풍처럼 몰아친 ‘한강 신드롬’
책사러 '오픈런'…업계 “100만부 예상”
해외 서점가에서도 인기얻어 매진 행렬
좋아한 노래·운영하는 서점도 '인기'
주말인 13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 도서 모음전을 하고 있다. 한쪽에 한강 국내도서 일시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한강 신드롬’이 심상치 않다. 한강의 책을 사려면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끌고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서점가에서도 그의 책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가 운영하는 독립 책방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그가 감동했다고 알려진 노래는 차트를 역주행 중이다. 심지어 그의 작품에 감상평을 달았던 유명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는 다시 공유되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다.

14일 출판계에 따르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작가 한강의 작품이 사흘 만에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시중 서점에서 5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에선 10일 밤부터 13일 정오까지 한강의 작품이 26만부 팔렸는데, 이는 노벨상 직전 기간(7~9일) 대비 910배 늘어난 수치다. ‘소년이 온다’(창비), ‘채식주의자’(창비),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덕분에 휴일 서점가에선 그의 책을 사려면 ‘오픈런’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마저 들린다.

이와 함께 온라인 서점인 예스24에서도 같은 기간 한강의 책이 27만부가 판매됐다.

주말인 13일 오전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영업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책을 사려고 서점에 왔다. [연합]

즉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만 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것이다. 출판업계에서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그의 책이 100만 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출판시장 특히 문학 출판계의 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한강 작품의 판매 붐은 가히 기적과 같은 일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서점가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에선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0위 중 4개가 한강의 작품이었다. 영국의 대형 서점인 포일스와 워터스톤스에서도 한강의 책을 찾는 손길이 이어지면서 매진 사태가 벌어졌다고 전해졌다.

이처럼 책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강의 작품을 고가에 내놓는 중고거래도 성행 중이다. 지난 12일 온라인 중고거래 카페인 중고나라에서는 ‘채식주의자’ 초판 1쇄 저자 서명본이 50만원에 올라와 있고, 이미 완료된 거래에선 40만원 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 역시 10~20만원대에 판매한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책의 정가가 1만5000원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10배 이상의 가격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에 한강의 국내 도서가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그의 작품 뿐 아니라 좋아했던 음악, 운영 중인 서점 등 한강과 관련된 모든 것이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강이 감동받았다고 언급한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는 차트를 역주행하고 있다. 또 그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서울 종로구 소재 독립서점인 ‘책방오늘’은 문이 닫혔는데도 지난 주말 내내 문정성시를 이뤘다.

한류 대표 주자인 방탄소년단(BTS) 멤버들도 군 복무 중 자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멤버 뷔는 “작가님! ‘소년이 온다’ 군대에서 읽었습니다. 흑, 축하드립니다”라고 썼다. 또다른 멤버 RM은 관련 기사를 인용하며 오열하는 표정과 하트 이모티콘을 나란히 올렸다.

한편 한강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함께 일부에서는 역사왜곡 논란을 들추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김규나 작가는 지난 10일 SNS에서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노벨상 가치의 추락, 문학 위선의 증명, 역사 왜곡의 정당화”라며 “꼭 동양권에게 주어야 했다면 중국의 옌렌커가 받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의 딸 정유라 씨도 SNS를 통해 “잘못된 역사 왜곡으로 쓴 소설로 받은 노벨상이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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