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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일상 달라지지 않길…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파”
포니상 시상식서 기자회견 갈음한 노벨상 수상소감 전해
“많은분들 자기 일처럼 기뻐해줘 지난 일주일 특별한 감동”
“한 달 뒤 만 54세…남은 황금기 6년간 책 세 권 완성 목표”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포니정재단은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작가 한강 씨를 선정했다.[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7일 포니정 혁신상 수상을 위해 오른 단상에서 노벨상 수상소감을 짧게 전했다.

한 작가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HDC현대산업개발 포니정 혁신상 수상식에 참석해 “이틀 전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진행했다면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걸음하지 않으셨어도 되고, 이 자리를 준비하신 분들께도 이만큼 폐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죄송하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찾아와 주신 만큼 간략하게나마 아마도 궁금해하셨을 말씀들을 잠시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에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다.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다”며 “무척 기쁘고 감사한 일이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을 하였다. 그후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해주셨다. 그토록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편으로 이후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도 감사드린다.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란다.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은 올 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보고 있다”며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정확한 시기를 확정 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포니정재단은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작가 한강 씨를 선정했다.[사진공동취재단]

아울러 준비해온 노벨상 수상소감 원고를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내려갔다.

그는 “저는 술을 못 마신다.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비롯한 모든 카페인도 끊었다. 좋아했던 여행도 이제는 거의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저는,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 사람”이라며 “대신 걷는 것을 좋아한다. 또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나의 책장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한다”고 다정히 말했다.

그러면서 “담담한 일상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이라며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의 윤곽을 상상하고, 떠오르는 대로 조금 써보기도 하고, 쓰는 분량보다 지운 분량이 많을 만큼 지우기도 하고, 제가 쓰려는 인물들을 알아가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흐른 30년이란 시간과 앞으로 남은 작가로서의 황금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는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그렇게 글을 써온 지 꼭 삼십년이 되는 해다. 이상한 일은, 지난 삼십년 동안 나름으로 성실히 살아내려 애썼던 현실의 삶을 돌아보면 마치 한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짧게 느껴지는 반면, 글을 쓰며 보낸 시간은 마치 삼십년의 곱절은 되는 듯 길게, 전류가 흐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 한 달 뒤에 저는 만 54세가 된다. 통설에 따라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이라며 “물론 70세, 80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그것은 여러 모로 행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니, 일단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포니정재단은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작가 한강 씨를 선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어 “물론, 그 6년 동안 다른 쓰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 어쩌면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세 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 속 책들을 생각하다 제대로 죽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작가는 “다만 그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다”며 “지난 삼십년의 시간 동안 저의 책들과 연결되어주신 소중한 문학 독자들께, 어려움 속에서 문학 출판을 이어가고 계시는 모든 출판계 종사자 여러분과 서점인들께, 그리고 동료, 선후배 작가들께 감사를 전한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고 소감을 맺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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