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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혼자 사는 노인, 그냥 쉬는 청년...국가적 정책 설계 필요

우리나라에서 홀로 죽음을 맞는 이들이 매년 늘고 있다. 장·노년층의 고독사는 사회적 관계 단절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청년층은 고독사가 많지는 않지만 자살 비중이 높고 취업 문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혼자 사는 노인과 그냥 쉬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노인복지와 청년취업을 위한 재정·경제적 대책과 함께 이들의 정신·정서적 건강을 관리할 국가적 정책도 반드시 필요하다. 저출생 고령화 추세 속에서 모두가 당면할, 앞으로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좌우할 핵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1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국내에서 3661명이 홀로 생을 마감했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21년엔 3378명, 2022년엔 3559명으로 증가 추세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31.6%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뒤를 이어 30.2%였다. 60대 이상은 50.3%였고, 50·60대 남성은 53.9%였다. 장년층 고독사는 사별이나 이혼, 알코올 관련질환 등 고질적인 만성질환, 주거 취약 등과 관련이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전체 고독사의 5.7%인 20·30대 고독사에선 자살 비중이 높았다. 20대가 71.7%, 30대가 51.0%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20·30대가 고독사에 이르는 과정은 취업 실패나 실직과 연관이 있다.

정부가 이제 막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관련 지표를 작성하기 시작한 고독사 실태는 노인은 관계 빈곤, 청년은 취업 문제의 심각함을 일깨운다. 실제 혼자 사는 노인은 요 몇 년간 급증했다. 복지부의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3명 중 1명(32.8%)은 혼자 산다. 1인 가구 비율은 2020년 19.8%보다 13.0%포인트 급등했으나 자녀 동거 가구는 20.1%에서 10.3%로 줄었다.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보다 16만8000명 감소하며 23개월 연속 줄었다. 청년층 인구가 줄어든 탓도 크지만 문제는 취업을 포기하고 ‘쉬었다’는 청년층이 대폭(6만9000명) 늘어난 것이다. 증가폭이 44개월만에 최대다.

영국은 2018년 ‘연결된 사회’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외로움부 담당 장관을 신설했다. 일본도 2021년 고독·고립대책 담당 부처를 설치했다. 프랑스에선 노인과 청년의 동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노인·청년 문제가 더 이상 과거 수준의 복지나 취업 대책 정도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출생률은 세계 최저, 자살율은 최고 수준인 우리야말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과 재설계가 필요하다. 그것이 새로운 시대 ‘국민행복권’을 위한 국가의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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