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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향 지휘자 된 듯…“1악장 마지막 3분 33초가 킬링 포인트”
츠베덴·서울시향, 말러 ‘거인’ 음원 첫 공개
공간음향 기술 적용…콘서트홀에 온 듯 생생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 취임 콘서트에서 연주한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음원을 공개했다. [애플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른 새벽의 고요가 깨어나고 만물이 생동하는 시간. 신비로운 선율과 함께 여명이 밀려들기 시작하자 음악은 시시각각 낯빛을 달리한다. 12분의 장엄한 오프닝을 지나 마주할 마지막 ‘3분 33초’의 순간.

최진 톤마이스터는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 취임 콘서트에서 연주한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의 1악장 중 마지막 이 순간을 이번 실황 음반의 ‘킬링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다이내믹, 공간의 느낌은 물론 내 눈앞에서 오케스트라가 펼쳐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지휘자인 얍 판 츠베덴 감독이 서울시향과 동행할 5년의 대업 중 하나로 내세운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의 첫 단추가 채워졌다. 지난 1월 녹음한 이 연주가 최근 애플뮤직 클래시컬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다.

츠베덴 감독은 지난 22일 서울 애플 명동에서 열린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 쇼케이스 행사에서 “음악을 듣는 분들이 마치 오케스트라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 취임 콘서트에서 연주한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음원을 공개했다. [서울시향 제공]

츠베덴 감독이 지휘하고 서울시향이 연주한 이번 말러 교향곡 1번 음원은 서울 롯데콘서트홀의 실황연주를 녹음한 것이다.

말러 교향곡은 츠베덴 감독은 물론 서울시향에도 특별한 이정표가 된 음악이다. 서울시향은 지난 2011년 정명훈 전 음악감독 당시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1번을 음반으로 발매했다. 츠베덴 감독의 경우 로열콘세트르허바우 오케스트라,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하는 공연에서 ‘말러 1번’을 연주했다. 그 스스로 “말러 교향곡 1번과 함께 성장해왔다”고 말할 정도다.

음원으로 듣게 되는 말러 1번은 콘서트홀에 있는 것처럼 악기 하나하나의 생동감과 다양한 색채감이 담겨 태어났다. 츠베덴 감독은 “말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곡가이자 청취자를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태우는 작곡가”라며 “그림으로 비유하면 사람들을 회화의 일부로 만들어낼 만큼 자신의 감정과 삶 안으로 청취자를 이끈다”고 했다.

연주에서도 츠베덴 감독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이 곡에 담긴 청년 말러의 고뇌와 방황, 극복의 의지 등 모든 감정을 생생히 전하는 것이다. 그는 “말러의 음악엔 세 가지의 주요 카테고리가 있다”며 “목관으로는 자연을, 현으로는 사랑과 가족을 표현했고, 적재적소에 쓰인 금관 악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웨인 린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악장. [애플뮤직 제공]

서울시향에서 16년 째 부악장으로 활동 중인 웨인 린은 “연주자들에겐 곡이 담고 있는 감정과 성격, 색채를 전달해야 한다는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음악적 기교로 연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했다.

이 연주를 통해 그는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냈다. 츠베덴 감독은 “말러를 정기적으로 연주하는 것은 악단의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말러 교향곡들을 반복해 연주하면 더 완성도 있는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공연 실황을 녹음한 음악은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최적화된 ‘공간음향’ 기술을 적용해 태어났다. 공간음향을 적용한 음원은 청취자들이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공연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진 톤마이스터는 녹음 당시 공간감을 비롯한 사운드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50여 개의 마이크를 사용해 녹음한 뒤 믹싱 작업을 거쳤다. 콘서트홀의 생생한 질감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최진 톤마이스터는 “연주자들이 공간음향으로 녹음된 자기 연주를 듣고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실제 연주와 똑같이 재생된다’는 공통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공간음향은 공간감은 좋지만 디테일이 떨어질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사실 연주하는 홀의 공간감과 오케스트라나 연주자가 눈에 잡힐 듯 바로 내 앞에서 연주하는 것 같은 느낌을 구현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츠베덴 감독 역시 이번 레코딩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그는 “오케스트라엔 다양한 악기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악기는 좋은 콘서트장”이라며 서울엔 롯데콘서트홀과 예술의전당과 같은 좋은 연주회장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마디 마디 완벽한 연주를 녹음해 전달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콘서트홀의 흥분과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번 말러 녹음에선 최대하 완벽한 연주와 현장감을 전달하고자 했다”며 “이번 음원에선 내가 지휘자가 된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러 교향곡 1번 녹음을 마친 츠베덴 감독과 서울시향은 내년 1월엔 말러 교향곡 2번, 2월에는 7번을 녹음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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