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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불황 맞아?”…中 ‘마오쩌둥 고향’이 야시장과 길거리 음식의 도시로 [르포]
창사 시내 웨루구 황싱 광장 내부에 있는 ‘원허유(文和友, 문화우)’는 1970년대 전후의 후난의 상권과 주민 생활을 재현한 특색 상업 지구다. 정목희 기자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마오쩌둥이 태어나고 젊은 시절 혁명가의 꿈을 끼웠던 후난성의 한 거리에서는 중국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길거리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속에서 중국인들이 외식을 줄인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음식점 앞에서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의 2030세대가 찾는 이 ‘핫플(명소)’은 뜻밖에도 1970년대의 후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서남부 후난성과 구이저우성 일대를 취재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후난성과 성의 수도 창사로, 마오쩌둥의 ‘정치적 고향’으로 여거진다. 1893년 후난성 상탄에서 태어난 마오쩌둥이 고향 근처 창사에서 혁명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오쩌둥은 창사에서 혁명가의 꿈을 키운 후 중국 혁명지도자 중에서 가장 처음 ‘공동부유’를 제창한 사람이다. 특히 후난 사람들은 마오가 창사에서 청년 시절을 보내며 혁명가로 변신하고 중국을 도탄에서 구해냈다며 무한한 자긍심을 보인다.

창사 시내 웨루구 황싱 광장 내부에 있는 추억의 문화 체험 여행 특별 상업구역인 ‘원허유(文和友, 문화우)’는 1970년대 전후의 후난의 상권과 주민 생활을 재현한 특색 상업 지구다. 오래된 가전, 가구 등을 모아 레트로한 인테리어로 장식한 7층 높이의 건물 공간에는 샤오룽샤, 취두부 등과 같은 창사 전통 길거리 음식을 파는 식당은 물론 복고풍의 술집, 다방, 이발소, 사진관, 문구점 등 100여개 구멍가게와 노점상이 입점해 있다. 이곳을 들어가기 위해선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중국인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지난 23일 중국 후난성 창사시 ‘문화우’의 한 식당에서 차옌웨서 밀크티를 마셔보았다. 정목희 기자

시내를 거닐다 보면 500m 거리마다 차옌웨서 간판이 등장한다. 2013년 시작한 창사 밀크티 브랜드인데, ‘중국풍’을 내세워 녹차, 홍차, 우롱차 등 전통차를 베이스로 휘핑크림이나 밀크폼을 얹어 판매한다. 식당에서 차옌웨서 나이차를 마셔본 기자는 첫 맛은 다소 싱겁다고 느꼈다. 그러나 오히려 슴슴한 듯하면서도 은은하게 단맛이 감도는 밀크티의 맛에 매료돼 금방 한 잔을 비웠다.식당 직원은 중국 먼 도시에서 차옌웨서의 밀크티를 마시러 젊은이들이 창사까지 찾아온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후난성 창사시에 위치한 화궁전 레스토랑. 정목희 기자

헤럴드경제는 다음날(24일) 1574년 개업해 400여년의 역사를 지닌 훠궁덴(화궁전)에 방문해 식사를 했다. 이 식당은 마오쩌둥이 신중국 건국후인 1958년 들러 식사를 한 후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중국 경기 불황 속에도 창사시의 올해 1~7월 소비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전국 평균치(3.5%)보다 1%포인트(P) 이상 높다. 최근 소비 부진에 맞닥뜨린 중국 경제에 창사 모델이 중국 지방도시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24일 방문한 귤섬에는 마오쩌둥 조각상이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목희 기자

이날 방문한 귤섬(쥐주저우)은 마오쩌둥의 석상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도 마오의 조각상을 보러 온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주차장에는 관광버스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고 마오쩌둥 조각상을 배경으로 사진 한번 찍어 보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마오쩌둥 조각상은 신격화된 모습으로 높은 곳에서 인민들을 굽어보는 모습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조각상과 함께 자신이 나온 모습을 찍기 위해 경쟁적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관광객들의 모습과 마오가 지나친 식당과 학교마다 현지인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고 중국인들의 마오쩌둥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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