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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野 금투세 폐지 동의...밸류업 위해 상법개정도 철회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1500만 주식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여당이 추진해온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했다. 문재인 정부때 민주당 주도로 금투세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4년여 만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에 “민심 이기는 정치 없다”며 이 대표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여야 대표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면서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는 시행 전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자본시장을 짓눌렀던 불확실성이 걷히자 증시도 반색했다. 이날 코스피가 1.83%, 코스닥은 3.43% 상승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에 투자해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 대표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정의와 17년 동안 박스권에 갇힌 증시 부양론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결국 현실론을 택했다. 실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금투세 도입시 이를 적용받는 15만명의 투자금이 이탈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6%를 웃도는 150조원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관측했다. 큰 손의 이탈은 가뜩이나 허약한 국내 증시를 붕괴시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투자자에게 돌아간다. 과세 당사자가 아닌 개미들이 금투세에 반발하는 이유다. 이번 결정을 차기 대선을 겨냥한 외연 넓히기 위한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 대표가 금투세를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 해결)으로 풀어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이 대표가 금투세를 내주는 대신 야권이 오랜 과제로 주장해 온 상법개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약속했다는 점이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에 대한 배임죄 고발 및 손해배상책임 소송 등이 남발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산업 진출과 대규모 설비투자 등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야당의 상법개정안대로라면 오늘날의 반도체 강국도 실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1983년 삼성의 진출 선언 이후 1987년까지 1400억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했는데, 주주들이 이를 문제 삼아 소송을 남발했다면 현재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는 경제계의 항변에 답하기 어렵다. 한국 주요 기업 주주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해외 투자자들과 연합해 경영권을 공격한다면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 보다 경영권 방어에 매몰돼 성장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금투세 폐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통한 중산층의 자산증식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상법개정안도 한묶음으로 봐야 한다. 기업이 과감하게 도전하고 성장해야 과실이 투자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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