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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러리 이어 해리스도 유리천장 못깼다…좌절된 첫 여성 대통령 [2024 美대선]
흑인·아시아계로 최초 기록 양산하며 수직 상승했으나 대선서 좌절

바이든 후보사퇴로 등판…흑인남성·아랍표심 등 '집토끼' 결집 실패
가장 높은 유리천장은 이번에도 굳건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이어 8년 만에 여성 후보로 유리천장 깨기를 시도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막혀 실패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7월 21일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논란 속에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을 앞두고 재선 도전을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전격 등판했다. 그는 전당적인 기대를 받으며 미국 독립 250주년(2026년)을 앞두고 첫 여성 대통령, 첫 아시아계 대통령, 두번째 흑인 대통령이라는 미국 헌정사의 새 기록에 도전했으나 결국 좌절했다.

이에 따라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의 딸로 태어나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장관 겸 검찰총장, 연방 상원의원, 부통령 등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최초’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해리스 부통령의 기록 행진도 막을 내리게 됐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대권 도전은 첫 번째 도전과는 크게 달랐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첫 흑인 여성 상원의원으로 ‘여자 오바마’로 불리기도 했던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 스타일의 송곳 질의 등으로 상원에서 주목받으면서 2020년 대선을 앞두고 2019년 1월 당 내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초반엔 일종의 팬클럽인 ‘KHive’까지 등장하고 선두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대등한 수준의 선거 자금을 모아 주목받았으나 이후 모멘텀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으며 결국 당내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사퇴했다.

그는 2020년 3월엔 앞서 당내 대선 후보 경선 토론 때 ‘버싱(busing·흑백 학생 통합 정책)반대’에 협력했다면서 비판했던 조 바이든 후보 지지를 선언했으며 이후 부통령 후보로 발탁됐다. 이어 그해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최초의 여성 및 유색인종 부통령으로 취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당연직 상원의장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주요 입법시 ‘캐스팅 보트’를 던지는 등 입법 성과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또 남부 국경 문제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역할도 맡았으며 지난 2022년 6월 연방 대법원이 연방 차원의 낙태권 인정 판결을 폐기한 뒤에는 여성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자유 문제에 앞장섰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미국 정부 시스템상 부통령이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해리스 부통령은 특히 카리스마나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정치적으로는 이목을 끌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서면서 그는 다시 러닝메이트가 됐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6월말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참패한 뒤 고령 리스크가 현실문제로 부상하며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이 제기되면서 ‘2인자’인 해리스 부통령이 ‘대타’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당 내에선 카리스마 부족 등의 이유로 ’대선 후보로 역부족이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7월 중순 전격적으로 후보를 사퇴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해 ‘해리스 대세론’이 부상했다. 이후 잠재적 경쟁자들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잇따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당내에서 영향력이 큰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등도 가세하면서 당내 경선 없이 대의원들의 투표로 후보직을 확보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등판 이후 ‘브랫(brat)’, ‘코코넛 나무’ 등으로 대표되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만들어내면서 바이든 대통령 후보 사퇴로 패닉 상태에 있던 당 분위기를 열광적으로 변화시켰다.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선명한 대립각을 만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하던 대선 판세를 뒤집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일종의 ‘허니문’이 끝나면서 본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9월 중후반부터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 모멘텀이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그는 새 세대 지도자로 구체적 비전과 정책을 지속해서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막바지 대선 과정엔 오차범위 이내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는 여론조사도 잇따라 나와 위기감이 고조됐다.

그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상징이었던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 전 공화당 의원과 공동 유세를 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이 초래할 민주주의 위기를 경고하면서 반(反)트럼프 표심 결집을 시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더욱이 대선 승리에 필수인 흑인 남성 유권자를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중동 사태로 촉발된 아랍·무슬림계 유권자의 민심 이반 수습에도 실패하는 등 ‘집토끼’도 완전히 결집시키지 못해 미국 최고의 유리천장 깨기에 실패한 채 대장정을 마쳐야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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