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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냐, 보수냐…의사의 ‘정치성향’이 환자 치료에 영향 미친다?! [북적book적]
의사도 사람…의료 판단에 개인성향 영향
12월생 ADHD 약처방 많은 것도 같은 이유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한 의사가 복도를 걷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여러분 모두 공화당원이라고 말해줘요.”

옆구리에 총상을 당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마취 직전 수술대에서 의료진에게 건넨 농담이다. 무거운 분위기를 깬 대통령에게 의사들은 분명 고마워했을테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회자된 레이건의 농담에 어느 정도 진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의사의 정치적 신념이 환자를 치료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대표적이다. 선택적 임신중지 수술을 받거나 기호용 대마초를 피우고, 혹은 집에 총기를 소지하는 등 정치적 이슈를 가진 환자의 상태를 알게 된 의사들이 내린 ‘심각성’ 평가가 그들의 정치 성향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설문조사 응답에 따르면, 임신중지 경험이 있거나 기호용 대마초를 피운 환자에 대해 공화당 지지 의사들은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더 중대한 의학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집에 총기를 소지한 환자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지 의사들이 공화당 지지자들에 비해 의학적 문제를 더 크게 인식했다.

흡연, 음주, 비만, 우울증 같은 비정치적인 이슈와 연관된 환자들에 대해선 공화당을 지지하든, 민주당에 투표하든, 어떤 의사이든 간에 비슷한 정도의 심각성 판정을 내린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하버드 의대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연구하는 아누팜 B. 제나와 크리스토퍼 워샴 교수는 최신작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에서 오차가 허용되지 않는 듯 보이는 병원의 이면을 통찰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의료행위와 보건의료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을 꼼꼼히 담았다. 그 중에는 환자들의 건강에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안도 있다. 이런 현상의 본질은 간단하다. 의사도 결국 인간이라서다.

예컨대 12월생이 1월생보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을 확률이 높다. 같은 나이에서 상대적으로 출생이 늦은 어린 아이가 발달상 교사와 부모의 기대 수준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고, 이러한 생각이 그대로 전달돼 의사의 진료를 받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9월 1일이 입학 기준일인 미국의 주에서 8월생 아이들이 처방받은 ADHD 치료제의 평균량은 9월생 아이들이 처방받은 ADHD 치료제의 평균량보다 120일치 더 많았다. 두 저자는 “연구 과정에서 의사들은 같은 나이 아이들의 상대 연령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가 독감에 더 잘 걸리는 이유도 이들이 연례 검진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또 병원에 방문할 가능성이 낮아서다. 가을에 태어난 아이들이 연례 검진 때 독감 예방접종을 한 번에 해결하는 것과 대비된다.

40세가 되면 갑자기 응급실에서 심장마비 검사를 받는 환자가 훨씬 더 많아지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30대보다 40대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환자의 생물학적 특징과 상관없이 인지되는 나이에 따른 자의적인 이유로 수만 건의 검사가 시행된다. 저자는 이런 숫자 편향이 의사와 중고차 영업사원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이라고 봤다. 특정 구간의 주행거리를 넘어섰을 때 중고차 가격이 뚝 떨어지는 현상과 비슷해서다.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아누팜 B. 제나, 크리스토퍼 워샴 지음·고현석 옮김/어크로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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