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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아프리카 정책 어떻게 될까…“무역·안보협력·이민자 등 과제”[트럼프의 귀환]
캐머런 허드슨 CSIS 연구원 ‘미국의 대아프리카 정책’ 보고서
“초당적 협력 없으면 아프리카 내 영향력 중·러에 뺴앗길 수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개최된 선거 유세에서 파안대소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아프리카 외교 정책도 변곡점을 맞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한 뒤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관계에서 무역, 안보, 이민자 문제 등 여러 현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과 아프리카의 관계가 크게 강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캐머런 허드슨 선임 연구원은 지난달 8일(현지시간) CSIS 홈페이지에 게재한 ‘미국 선거가 아프리카에 무슨 의미가 될 수 있나’라는 제목의 10쪽 분량 보고서에서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정치 구도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대(對)아프리카 정책과 관련해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적 협력이 계속해서 허물어지면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중국, 러시아 등 다른 강대국들에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허드슨 선임 연구원은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모두 대선 운동 과정에서 아프리카를 무시했다며 “그들의 행정부가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인상을 아프리카에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적 의사 결정이나 제도에서 아프리카의 집단적 목소리를 제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백악관은 계속해서 그 수사(레토릭)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못했고, 미국은 세계 외교의 우선순위를 여전히 북반구 선진국들에 두고 있다는 진단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정치, 경제, 안보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협력 관계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의 최대 무역 상대이자 투자국은 중국이며, 러시아·튀르키예·아랍에미리트(UAE) 등과 같은 국가들이 점점 아프리카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허드슨 선임 연구원은 미국 차기 행정부의 아프리카 정책에서 현안으로 ▷무역 ▷우크라이나 전쟁 ▷군사 협력 ▷이민자 문제 등을 꼽았다.

우선 미국은 내년 9월 만료될 예정인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의 재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2000년 제정된 AGOA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서 미국으로 직접 수출할 때 관세와 쿼터를 면제하는 법률이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군사적 협력을 강화했다며 남아공이 AGOA 대상국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행정부에서는 아프리카와 경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빈 웨버 전 미네소타주 하원의원은 지난달 29일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주요 광물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심화하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다시 당선되면 아프리카와 무역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리카에서 안보 전략을 어떻게 펼지도 관심거리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번째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0년 12월 소말리아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 대부분의 철수를 명령하는 등 아프리카 파견 병력을 줄이려는 행보를 보였다.

허드슨 선임 연구원은 아프리카의 안보 지형이 트럼프 당선인의 첫 집권 때와 크게 다르다고 분석했다. 사하라 사막의 사헬지대 전역으로 폭력적인 극단주의 조직의 위협이 퍼졌으며 러시아가 점점 아프리카 내 많은 국가의 안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용병조직 바그너그룹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단 내전도 미국 차기 행정부가 대응해야 할 과제다. 북아프리카 수단에서는 지난 4월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알부르한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의 수장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의 세력 다툼이 격렬해지면서 내전이 발발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아프리카인들의 미국 이주 문제도 민감한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집권 때인 2017년 1월 여러 무슬림 국가의 시민들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적 있다.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한 아프리카인들의 불법 이주가 지난 몇 년 사이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미국 차기 행정부가 입국 금지 정책을 강화할 수 있다.

허드슨 선임 연구원은 한편 트럼프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려고 노력하면 아프리카에서 큰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비료, 밀 등 원자재의 대(對) 러시아 무역 금지 제재가 아프리카 경제에 큰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이밖에 기후 변화 문제와 관련해선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제사회가 재생 에너지 사용만 지속해 요구한다며 반발해왔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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