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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내는 상속세, 어떻게 개편되나?[이슈 PICK 쌤과 함께]
富의 대이전이 시작된다! 합리적인 상속세 개편 방향은?
유산세와 유산취득세의 차이는?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김우철 교수.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1TV '이슈 PICK 쌤과 함께'가 오는 10일 오후 7시 10분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김우철 교수와 함께 상속세는 어떤 경우에, 얼마만큼 내야 하는지, 어떻게 개편을 추진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가장 합리적인 상속세 개편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富의 대이전이 시작된다! 합리적인 상속세 개편 방향은?’편이다.

지난 7월, 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고 자녀 공제 금액을 확대하는 등의 상속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야는 시대 변화에 맞는 중산층 세 부담 완화라는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공제금액, 최고세율 책정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부자 감세’, ‘합리적 개편’이라는 등의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상속세, 부자만 내는 세금이 아니다?!

최근 상속세를 내야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며 ”이제 상속세는 부유층이 아닌 중산층의 문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경제 성장기를 거치며 소득 수준이 상승하고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63년생)가 나이가 들며 납세 인원이 증가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꼬마 빌딩의 건물주 정도가 상속세 납세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서울에 집 한 채만 보유해도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게 된 것.

서울 아파트의 현재 평균 매매가는 12억 원으로, 일괄공제 5억과 배우자공제 5억 등 총 10억 원을 공제하더라도 2억 원 분의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본래 극소수 상위 자산가의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도입된 상속세지만, 자산 가격은 오른 반면 25년째 상속세 과세표준·세율은 변하지 않아 상속세 과세 대상이 중산층까지 확대되었다. 이에 지난 7월 25일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기존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하고 자녀 1인당 공제액을 기존 5천만 원에서 10배 상승한 5억 원으로 올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24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패널의 질문에 연사는 “2억 원과 5억 원 자산의 차이가 세금을 2배로 매겨야 하는 차이인가”에 대해 반문하며 “부의 규모가 늘어난 만큼 과세표준 범위의 조정이 필요하고, 최고세율 인하 등 논쟁적인 부분은 국회에서도 논의되어야 할 방향”이라고 답했다.

-상속세, 언제부터 내기 시작했나?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상속세를 내기 시작했을까? 1934년 7월, 조선총독부는 경제적 수탈 목적으로 ‘조선 상속세령’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당시 호주 상속인 경우 최고세율은 16%, 호주 상속이 아닌 경우엔 21%였으나, 5,000원 이하의 상속액에는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았다. 서울의 기와집이 300~40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집 한 채에 대해서는 거의 부과가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광복 이후, 정부는 1950년 세율을 90%로 인상한다. 그 배경에는 새 정부가 일본이 남기고 간 재산을 환수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

그 후 1960년부터 세 차례 세율이 조정되고, 1997년 김영삼 정부 당시 상속세법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으로 명칭을 바꾸고 최고세율을 45%로 경감한다. 이후 2000년 1월 1부터 45%에서 5% 올린 50%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시행되는데, 당시 사회적 상황을 보면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IMF 외환위기를 지나며 국가가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기관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큰 혜택을 받은 대기업 오너 일가가 국가 재정에 좀 더 기여하라는 뜻에서 세율을 올린 것이다. 1998년 3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재벌 2세 편법 증여 문제가 제기되어 국세청이 조사에 나섰는데, 2000년 초에 밝혀진 것이 바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사건이다.

당시 8만 5천 원대였던 에버랜드의 주식을 주당 7,700원이라는 가격에 125만 4천여 주로 약 96억을 발행하여 이재용 씨가 구매했는데, 이는 자사 지분의 62.5%를 차지하며 결과적으로 헐값에 경영권을 넘긴 것일 뿐만 아니라 상장 후 몇십 배의 차익까지 얻은 것이어서, 당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상속세 개편,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나?

상속세 개편에는 무엇보다 여야 간의 합의가 관건인 상황. 현재 여당과 야당은 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위한 상속세 개편이라는 큰 틀에서는 의견을 모으고 있으나, 야당은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것과 최대주주 할증률 20% 폐지에 대해 ‘부자 감세’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며 상속세 일괄공제를 8억 원으로 올리고 배우자공제 또한 10억 원으로 올리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정부는 지난 9월에 이어 이달 5일에도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내년 상반기 중 법률 개정안을 내놓기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상속세 과세 방식에는 유산세와 유산취득세가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유산세’를 부과하고 있다. 유산세는 전체 상속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한 후 상속세 총액을 나누어 모든 피상속인에게 상속액과 무관하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피상속인 각자가 받은 상속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조세 불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상속세 개편, 합리적으로 하려면?

김 교수는 기업, 사업용 자산과 비사업용 자산을 구분하여 공제액과 세율을 달리하는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논란의 대상인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세제를 통해 통제하기보다는 기업 거버넌스 제도 개혁을 통해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경영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스웨덴 2위 은행과 세계 2위 가전업체 등 100여 개의 자회사를 소유한 스웨덴의 가장 영향력 있는 발렌베리 가문이 세운 공익재단이 지주사를 세워 자회사들을 관리한다. 대신 발렌베리 가문은 경영권을 보장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발렌베리 가문과 같은 공익재단을 통한 승계가 어려운데, 부당한 내부 거래 및 우회 경영으로 인한 편법적인 상속 증여 수단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25년 만의 상속세 개편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과 과정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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