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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SK자산운용 불법공매도 38억 과징금 ‘중개사 실수’로 취소
증선위 21만여주에 대해 불법 공매도 과징금
해외 중개사, 3만여주 취소했다 다시 제출
중복 제출에 대해서는 책임 없어
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부과한 무차입 공매도 과징금이 법원에서 연이어 취소됐다. 법원은 증선위의 제재 부과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과징금 산정 기준이 되는 ‘공매도 주문금액’에 대해서는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정중)는 최근 에르스테 어셋 메니지먼트 GmbH(ESK 자산운용)이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에서 “38억 7400만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증선위는 원고가 주식 합계 21만 744주를 공매도 위탁했다고 보아 과징금 액수를 38억 7400만원으로 정했다”며 “17만 5000주에 관한 부분만 처분 사유가 인정되고 중복 제출 주식 3만 5744주에 관한 부분은 인정되지 않는다.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증선위가 기준으로 삼은 ‘공매도 주문금액’이 과다해 위법하다는 취지다.

ESK자산운용은 오스트리아 금융회사다. 2021년 8월 운영 중인 펀드를 통해 에코프로HN 주식 2만 6436주를 소유하고 있었다. 에코프로HN은 2021년 7월, 상장 예정일을 같은해 8월 20일로 하여 기존 주식 1주당 3주를 주는 무상증자 하기로 결정했다. ESK자산운용의 경우 기존 2만 6436주에 7만 9308주가 새롭게 발행돼 총 10만 5744주를 소유하게 될 예정이었다.

문제는 펀드 회계처리시스템 담당자가 실수로 아직 입고되지 않은 7만 9308주를 시스템상 ‘주문가능수량’으로 표시하면서 발생했다. ESK자산운용은 2021년 8월 4일 국내 증권사 B사에 총 10만 5744주에 대한 매도를 위탁했다.

이에 따라 8월 4일부터 8월 10일까지 10차례에 걸쳐 총 21만 744주에 대한 호가가 제출됐다. 이중 8월 10일 오전에 제출된 3만 5744주에 대한 호가가, ESK자산운용과 B사를 연결하는 해외중개업체 C사의 실수로 취소됐다. B사는 같은 날 오후 3만 5744주에 대해 다시 호가를 제출했다. B사가 제출한 10차례 호가 중에 주문이 체결된 것은 2차례(7만주)였다.

1심 재판부는 C사의 실수로 취소된 뒤 다시 호가가 제출된 3만 5744주에 대해서는 ESK자산운용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B에게 주식 매도 위탁을 하기는 했지만 같은 영업일에 같은 주식(3만 5744주)에 대해 2회 호가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귀책 사유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ESK자산운용의 매도 위탁에 대한 제재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ESK자산운용의 경우 GTC(Good Till Canceled) 방식으로 매도를 위탁했는데, 이에 따라 여러 영업일에 걸쳐 호가가 제출된 17만개 주문에 대해 ESK자산운용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GTC 방식이란 투자자가 매도 위탁을 취소하기 전까지 매도 위탁이 유효성이 지속되는 형태를 말한다. B사는 ESK자산운용이 GTC로 요구한 금액·개수에 맞추기 위해 8월 4일부터 10일까지 10차례 호가를 제출했다. 한국 거래소는 호가가 제출된 거래일 당일 거래가 체결되지 않으면 취소되기 때문이다.

ESK자산운용측은 유럽 거래소와 한국 거래소의 규정이 달라 20만 건이 넘는 호가가 제출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유럽 거래소는 한번 호가를 제출하면 주문이 체결되거나 취소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호가가 유지된다. 호가 제출→미체결 취소→다시 호가 제출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2021년 8월 4일 GTC 조건의 주문을 한뒤 2021년 8월 10일 취소한 것은 4일부터 8일까지 매 영업일마다 B에게 주문을 하여, 매 영업일에 호가를 제출하도록 한 것과 동일하다”며 “B사가 제출한 호가가 모두 원고의 주문에 기초한 것으로 보아 공매도 위탁 수량을 합계 17만 5000주로 평가한데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이전에도 B에게 131회에 걸쳐 GTC 조건의 주문을 한 사실이 있는 점을 보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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