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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F 국내비중 ‘64%’ 역대 최저...해외 ETF는 56조 넘었다 [패닉에 빠진 K-증시]
ETF·연금 등 펀드시장도 국장탈출 가속화
국내 ETF 비중 올해 들어 12%포인트 급감
업계 “가입펀드 대부분 해외...국내는 안 해”
미국 증시가 ‘트럼프 랠리’를 통해 ‘사상 최고치’ 기록을 연이어 경신 중이다. 반면, 코스피는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400선이 무너졌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는 주요 지수 랠리에 웃으며 일을 하고 있는 반면, 코스피는 급락세를 지속한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로이터·연합]

‘76.3%→64.4%.’ 올 들어 한국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수치다.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펀드시장까지 ‘국장 외면’ 현상이 뚜렷해진 결과다. 반면, 미국 등 해외에 투자하는 ETF 규모는 올 들어 56조원을 첫 돌파하며 폭풍성장하고 있다. 시장에선 ‘트럼프 2기’에선 국내 수출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국장 탈출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 상장된 전체 ETF 순자산(163조4516억원) 중 국내 자산을 기초로 한 ETF 비중은 64.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ETF 비중은 2021년 말 74.2%, 2022년 말 73.4%, 2023년 말 76.3%로 75% 안팎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올 들어 비율이 12%포인트 가량 대폭 줄면서 64%로 첫 진입한 상태다. 이제껏 볼 수 없던 감소세에 ‘이러다 해외 ETF에 역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반면, 해외 ETF는 폭풍성장 중이다. 국내에 상장된 ETF 중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의 순자산은 이달 처음으로 56조원을 돌파했다. 올 2월 초 30조원을 넘어서더니 5월 말 40조원 돌파, 이달 역대 최고치(12일·56조8138억원)를 기록했다. 이에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ETF 비중은 연초 23.2%에서 34.6%로 불어난 상태다. 올 들어 순자산 증가 상위 10위 중 8개가 모두 미국 주식형 ETF였다.

국내 투자를 하더라도 글로벌 자산을 섞어 담는 ‘혼합형’ 상품여야 관심을 갖는 상황이다. ‘국내+해외’에 투자하는 ETF의 규모는 올 들어 1조원을 첫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ETF들의 순자산은 연초 8482억원에서 1조8007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미국 등 글로벌 증시에 분산 투자한다면 국내 주식 가격이 일정 수준 떨어져도 주가나 환차익에 따른 손실 완충이라도 챙겨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기조가 펀드시장 전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후 대비를 위한 연금펀드에서 차지하는 해외 투자 비중도 60%를 넘겼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KCGI자산운용이 지난 3년간 자사 주식형 및 혼합형 연금펀드 설정액을 조사한 결과, 연금펀드 중 해외펀드 비중은 49.8%에서 61.3%로 11.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새로 가입되는 펀드 자금도 대부분도 해외펀드로 채워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KCGI자산운용은 “국내 주식형, 국내 주식혼합형 등 국내 주식형의 자금 증가규모가 둔화되거나 감소했다”면서 “펀드 투자에서 국내 주식형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 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해외 ETF로의 투자 쏠림이 심해진 이유는 국내 증시에서 실망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데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해외 주식형 ETF의 평균 수익률은 32%에 달하지만 국내 주식형 ETF는 마이너스(-9%)를 기록했다. 최근 1개월만 봐도 해외주식 ETF는 6% 오른 반면, 국내주식 ETF는 6% 손실을 봤다.

시장에선 ‘트럼프 2기’에선 국장 탈출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할 관세 정책이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수출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단 우려가 크다. 여기에 트럼프의 승리 이후 나날이 높아지는 달러 가치 마저도 수출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에도 악재다.

거래소는 밸류업 ETF 활성화 측면에서 세제 혜택을 늘리는 특단의 조치도 취하려 하지만 업계에선 다른 ETF와의 형평성 문제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 반전을 위해 내놓은 밸류업 ETF 마저도 자금 유입이 미미하다”며 “구조적으로 반등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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