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금융접근성 제고 방법 찾고 디지털교육 강화해야
은행들이 비용 감축 차원에서 점포,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대면창구를 갈수록 줄이고 있어 노년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 한 어르신이 ATM을 이용하고 있다. [헤럴드DB} |
‘디지털 취약계층’인 노년층에게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뱅킹은 어렵기만 하다. 전 국민 스마트폰 보급률은 97%지만, 70대 이상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9%에 불과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지점은 2018년 5734개에서 올해 6월 말 4849개로 6년간 885개(15.4%) 감소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역시 줄이고 있다. 2015년 4만5135대이던 ATM 대수가 올 상반기엔 2만7347대로, 10년 새 약 1만8000여대가 사라졌다.
은행들이 이처럼 영업점을 통·폐합하는 것은 비용 절감이 주된 이유지만 인터넷, 모바일 앱을 활용한 디지털 금융서비스가 보편화된 까닭도 있다. 올 상반기 모바일기기나 PC를 이용한 인터넷뱅킹 비중이 83.9%로 전년 동기보다 3% 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권의 ATM 및 오프라인 지점 축소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같은 대면창구가 사라지면서 노년층의 금융 접근성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시중은행 점포 폐쇄와 관련, “어려운 시기에 노인 등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2년 기준 노년층의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한 인터넷 금융거래 서비스 이용률 49.2%였다. 일반 국민 이용률(68.2%)보다 크게 낮다. 특히 노년층 중 월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극빈층의 경우 이용률은 17.9%에 지나지 않는다. 노인들 중에서도 소득 수준에 따른 디지털 정보화 격차가 3.5배 가량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고령자들은 금융서비스 이용 때 디지털보다 오프라인 수단을 더 선호한다. 지난해 한국은행 조사에서 60대의 79.6%, 70대의 95.3%가 지점·ATM·실물카드·현금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줄어든 은행 지점을 찾아 헤매야 하며, 그나마도 장시간 대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무엇보다 디지털 금융서비스 이용자들은 수수료, 이자, 상품가입 등에서 각종 혜택을 받는다. 이 액수만도 연간 1인당 평균 50만원에 달한다.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은 시간, 비용은 물론 소득 상의 손실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디지털기기 이용이 낯선 노년층 대상 금융사기 역시 활개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자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연령대는 60세 이상(36.5%)이다.
디지털 문맹인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사기도 빈발한다. 지난 5월에는 ‘블록체인에 투자하면 배당금을 준다’며 노인들을 유혹해 노후자금을 빼앗는 사건도 있었다. 피해자 대다수가 60대 이상으로, 범죄자들은 처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을 노렸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물론 일부 기업들도 노년층 배려, 디지털 교육 등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시니어 전용창구를 마련하고 특화 영업점을 열고 있다. 에스원은 ‘삼성시니어 디지털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노인단체와 협업, 디지털 튜터를 양성한다. 이들은 직접 노인가구를 방문해 1 대 1로 스마트폰 사용법, 모바일뱅킹·티켓 예약방법, 보이스피싱·스미싱 예방법 등을 교육해준다.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시니어들의 금융 접근성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금융교육을 통해 디지털 금융역량을 강화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조문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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